"우리 나라의 말이 중국말과 달라서,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이런
까닭에 어진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 뜻을 담아서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
내가 이것을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들어 내놓으니,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깨우쳐 날로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國之語音異乎中國 與文子不相流通
故愚民有所欲言而 終不得伸其情者多矣
予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人易習便於日用耳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
(국지어음
이호중국 여문자불상유통)
故愚民 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
多矣
(고우민 유소욕언 이종부득신기정자다의)
予 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人易習
便於日用耳
(여위차민연 신제이십팔자
욕사인인이습 편어일용이)
한겨레에게는 둘도 없이 큰 자랑거리요,
세계 사람들은 알면 알수록 놀라는 문화재가
한글이다.
우리끼리는 처음에는 낯설어서
배척했고, 조금 알고 보니까 우습도록
쉬워서 멸시했고, 나중에는 굳은 버릇을
못 고쳐서 아녀자나 쓰라고 던져 버렸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 글자를 통한
지식의 대량 전달과 처리에 혁명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야 비로소 그 참된
값어치를 인정하게 된 문화의 고속 도로가
한글이다.
이런 보배를 우리는 얼마만큼이나
바로 알고 있는가?
그 내력과 실상을
알고 보면, 그 가치를 한결 확실하게 알게도
되고, 그 값을 지나치게 치는 잘못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 가운데는 한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아주 잘 아노라
하는데 실은 치우치게 알고 지나치게
값을 매기는 사람도 많다.
한국 고유
문자.
1443년(세종 25년)에 창제되고 1446년 반포된
문자 훈민정음(訓民正音)의 현대적 명칭이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은 언문(諺文)·언서(諺書)·반절(反切)·암클·
아햇글·가갸글·국서(國書)·국문(國文)·조선글
등 여러 명칭으로 불렸다.
특히 언문은 <상말을 적는 상스러운
글자>라는 뜻으로 한자·한문에 대하여
한글을 낮추어 부르는 속칭으로 널리
쓰였다.
그러다가 근대화과정에서 민족의식
각성과 더불어 국문(國文)이라고 부르다가
한글로 통일되었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주시경(周時經)에
의해 만들어져 1913년부터 쓰이기 시작,
1927년 한글사에서 펴낸 《한글》 잡지로부터
널리 퍼졌다.
한글이란 말의 뜻은 <한(韓)나라의
글> <큰 글> <세상에서
으뜸가는 글>이란 의미로서,
세종대왕이 <정음>이라 부른
정신과 통한다.
제자원리(制字原理)
훈민정음은
중국음운학 지식을 바탕으로 중세국어를
우선 음절단위로 파악하고, 다시 이를
초성(初聲;첫소리, 닿소리)·중성(中聲;가운뎃소리,
홀소리)·종성(終聲:끝소리, 닿소리)의 3단위로
분석하여 이들을 기준으로 만들었다.
초성글자
발음기관을 상형대상으로
삼되 조음위치(調音位置)마다 한 음씩을
기본글자로 삼았고, 기본글자 5자 <ㄱㄴㅁㅅㅇ>
이외 나머지 12개 글자들은 <여(소리의
세기)>를 음성자질(音聲資質)로 삼아
기본글자에 획을 더하여가는 방법을
취하였다.
발음기관을 상형하였다는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 중 제자해에
실린 <어금닛소리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꼴을 본뜨고, 혓소리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꼴을 본뜨고, 입술소리 ㅁ은 입모양을
본뜨고, 잇소리 ㅅ은 이의 모양을
본뜨고, 목소리 ㅇ은 목의 모양을 본떴다>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중성글자
상형대상은 전설모음(前舌母音)·중설모음(中舌母音)·후설모음(後舌母音)
계열에서 주로 중모음(中母音) 하나씩을
골라 천(天)·지(地)·인(人) 삼재(三才)를 상형해
제자하였고, 나머지 모음들은 이들의
결합으로 제자하였다.
닿소리글자가 기본을 다섯으로
정하였듯 홀소리글자는 기본을 셋으로
정하여<>는 하늘, <ㅡ>는 땅, <ㅣ>는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그리고 <ㅗ>와 <ㅏ>의 점이
위와 바깥쪽에 있는 것은 이 두 소리가
양(陽)이기 때문이고,
<ㅜ>와 <ㅓ>의 점이 아래와
안쪽에 있는 것은 이 두 소리가 음(陰)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종성글자
종성글자는 따로 만들지
않고 초성글자를 그대로 쓰도록 하였다.
자모의 체계와 명칭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제정한 <한글맞춤법통일안>에 의하면
기본자모는 자음 14자, 모음 10자, 모두 24자로
이루어져 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자음 17자, 모음 11자로 모두 28자였으며, 이
밖에도 병서(竝書)와 연서(連書)가 있어
글자의 수효는 실제 이보다 더 많았다.
그 뒤 창제 당시의 28자 중에서 자음
<ㅿ, ㆆ, ㅇ>과 모음 <>의 4글자가 폐기되어
오늘날의 기본 자모는 24자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가
되었다.
현행 한글 자모의 명칭과 배열순서는
<한글맞춤법통일안>에 확정되어
있지만, 이미 1527년(중종 22) 최세진(崔世珍)의
《훈몽자회(訓蒙字會)》 범례(凡例)에
그 대체적인 윤곽이 정해져 있었다.
즉 그는 《훈몽자회》 범례에서
<언문자모속소위반절27자(諺文字母俗所謂反切二十七字)>라는
표제 밑에 <咬>을 제외한 27자를 다음과
같이 분류·배열하였다.
① 초성종성통용8자(初聲終聲通用八字):
<ㄱ 其役, ㄴ 尼隱, ㄷ 池末, ㄹ 梨乙, ㅁ
眉音, ㅂ 非邑, ㅅ 時衣, ㅇ 異凝>
② 초성독용8자(初聲獨用八字):
<ㅋ 箕, ㅌ 治, ㅍ 皮, ㅈ 之, ㅊ 齒, ㅿ 而,
ㅇ 伊, ㅎ 屎>
③ 중성독용11자(中聲獨用十一字):
이에 대하여 그 뒤 1869년 강위(姜瑋)의 《동문자모분해(東文字母分解)》,
1905년 지석영(池錫永)의 《신정국문(新訂國文)》,
1909년 유길준(兪吉濬)의 《대한문전(大韓文典)》,
1916년 김두봉(金枓奉)의 《조선말본》,
1930년 총독부 학무국에서 발행된《언문철자법》
등에 한글 자모의 명칭과 배열에 관한
시론(試論)이 나와 있었다.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는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정할 때 위의
자음 배열에서 <ㅋ·ㅌ·ㅍ>과 <ㅈ·ㅊ>의
순서를 바꾸고 <ㅇ>을 없애는 대신
<ㅇ(伊)>을 그 자리에 놓아 배열을 개정하였다.
그리고 <ㅈㅊㅋㅌㅍㅎ> 등은
종성으로 쓴다는 맞춤법 원칙을 정하고,
자음의 된소리는 각자 병서(竝書)하여
나타내었다.
이때 제정된 통일안의 자모와 명칭
및 그 배열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자음: ㄱ(기역) ㄴ(니은) ㄷ(디귿)
ㄹ(리을) ㅁ(미음) ㅂ(비읍) ㅅ(시옷) ㅇ(이응)
ㅈ(지읒) ㅊ(치읓) ㅋ(키읔) ㅌ(티읕) ㅍ(피읖)
ㅎ(히읗)
② 모음: ㅏ(ㅏ) ㅑ(ㅑ) ㅓ(ㅓ) ㅕ(ㅕ)
ㅗ(ㅗ) ㅛ(ㅛ) ㅜ(ㅜ) ㅠ(ㅠ) ㅡ(ㅡ) ㅣ(ㅣ)
③
병서(된소리): ㄲ(쌍기역) ㄸ(쌍디귿) ㅃ(쌍비읍)
ㅆ(쌍시옷) ㅉ(쌍지읒)
④ 합성모음: ㅐ(ㅐ)
ㅒ(ㅒ) ㅔ(ㅔ) ㅖ(ㅖ) ㅘ (ㅘ) ㅙ(ㅙ) ㅚ(ㅚ) ㅟ(ㅟ)
ㅞ(ㅞ) ㅟ(ㅟ) ㅢ(ㅢ)
그리고 1989년 3월 1일부터 시행한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따르면, 사전에 올릴 때 자모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자음: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
② 모음: ㅏㅐㅑㅒㅓㅔㅕㅖㅗㅘㅙㅚㅛㅜㅝㅞㅟㅠㅡㅢㅣ
훈민정음 창제 의의와 활용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음성언어로 국어를 사용하면서도
문자언어는 양반층의 한문과 중인층의
이두로 대별되는 이원체제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어를 발음대로
표기하는 훈민정음이 새로운 문자로
창제되어 문자생활에 민(民)의 글로서
이른바 언문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훈민정음은 처음부터 백성을 위한
글인 만큼 배우기 어렵지 않았고, 따라서
주로 여성과 일반 백성을 중심으로 보급되었다.
특히 불가의 불경언해, 사대부의
가사와 시조, 한서(漢書)의 주해 및 번역,
전교(傳敎)와 편지 등이 그 보급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순언문 시가와 소설이 유행하면서
훈민정음은 백성과 여성층에 있어 불가결의
글이 되었다.
한편 조선 후기에 일어난 실학운동은
정음문학(正音文學)의 융성과 함께 정음연구를
근세적 문자음운학(文字音韻學)으로
부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실학파의 저술로서 정음에 관한
논술이 빠져서는 안 될 정도로 확산되었고,
그 업적은 어휘집뿐 아니라 방언과 속담의
수집 및 어원 탐구 등 여러 방면에 걸쳤다.
홍명복(洪命福)의 《방언집석(方言集釋)》,
이의봉(李義鳳)의 《고금석림(古今釋林)》
같은 것은 동양어사전인 동시에 기초어휘집으로서
가치있으며, 특히 유희(柳僖)의 《물명고(物名考)》에는
주석 곳곳에 1600여 개의 희귀한 우리말
어휘 기록이 전한다.
갑오개혁이 추진된 1894년 11월 칙령
제1호 공문식(公文式)을 공포하여 종전의
한문 대신 국문을 쓰도록 함으로써,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450년 만에 언문이 공식적인 국자(國字)의
자격을 얻게 되었다. 한글은 독창성과
기호 배합의 효율성면에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근거로는 모음과 자음의 구별이
쉽고, 28개 자모가 수직-수평의 조합으로
반듯한 사각형을 이루면서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점을 들고 있다.
특히 자음이 입술, 입 및 혀의 위치를
확실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한글의 과학성이
더욱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